2월 한달 간 너무나 빡시게 달렸던 탓인지 왠일로 3월의 첫날이자 주말은 여유가 있다. 이 회사로 옮기고 나서 주말에 쉰 적이 손에 꼽히는데 그 중 하나가 오늘이다.
시간이 난 김에 세차를 하기로 했다. 참고로 난 세차를 정말 안한다. 해봐야 분기에 한번 할까 말까-. 사실 세심하게 세차를 할만큼이 차도 아니거니와 차란 그저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는 주의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외관이 지저분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가 지저분한건 유독 못참는 편인데 오고가며 차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컵홀더에 이물질이 낀다거나 바닥에 잘잘한 음식물찌꺼기들이 쌓인 꼴을 보는게 제일 싫다. 근데 정말 바쁘기도 했고, 세차를 맘먹은 날이면 기가막히게 비가 쏟아져주는 날씨 타이밍 덕에 차일피일 세차를 미루다보니 결국 마지막 세차를 하고 난 뒤로 2달이 되었던가...하...하... 게다가 이번 주말이면 떠나보낼 차이지만, 남한테 보내는 애 씻기지도 않고 보내기엔 민망스럽기도 하여 세차를 하기로 했다.
배곧에 있는 셀프 세차장을 검색해본다, 가장 가까운 거리가 대략 6.5km. 사실, 이전에 다녔던 세차장이 몇 군데 있긴 하다. 최신 시설에 공간도 넓고 세려된 느낌 한가득한-. 그래서, 꽤나 휘황찬란한 차량들이 떼로 몰려와서 세차를 하고, 커피한잔 때리며 사담을 나누기 딱 좋은 구조-. 뭐 깔끔하고 좋을데야 나무랄것 없겠지만 회원 카드를 꼭 발급받아야하고 그 카드가 발급받는데에만 만원이나 하고 충전도 만원단위로 해야하는 그런 시스템이 난 참 별로더라.
그래서, 그냥 동전 때려박고 세차할 수 있는 곳이 없나 찾아보다가 지도에 나타난 곳 말고 이전에 타던 차를 고치러 갔었던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 옆 쪽에 세차장 같이 생긴 곳을 봤던 기억이 떠올라 그리로 이동해보았다.
역시, 틀리지 않았구나. 이름은 전혀 몰랐었는데 '푸른 셀프 세차장' 이로구나. 작다. 아담하고. 배곧에 이런 셀프 세차장이 있다니 잘됐다 싶었다.
사실 내부세차 먼저 하고, 외부세차를 하려 했는데 사모님 처럼 보이시는 분이 와서는 외부세차 먼저 하고 내부세차를 하셔야 한댄다. 뭐 딱히 이유는 물어보지 않았으나, 아무래도 외부세차비용이 장사가 더 되니까. 당연히 그걸 먼저 하고 내부세차로 옮기라고 하는 것일 테지- 딱히 불쾌하지 않았으므로 차를 세차칸에 넣고 외부 세차를 먼저 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기계 클라스-. 최신식은 아니지만 심플하며 직관적이다. 다른 최신식 세차장들과 같은 버튼 시스템이 아니라 다이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역시나 500원짜리로 해결하는 방식이라는 점-
카드시스템 세차장들은 기본 3천원씩 차감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긴 기본 2천원에 3분, 500원씩 더 넣으면 45초씩 연장되는 시스템- 맘에 든다.
한가지 꼭 지켜야 하는 룰은 세차 시작전 저 정면에 보이는 커튼을 내리고, 세차가 끝나면 저 커튼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저쪽은 차도라서 세차를 하다가 남의 차에 거품물을 잔뜩 휘뿌리는 수가 있어보이긴 하더라.
세차칸에서 정면으로 바라보면 내부세차를 위한 진공청소기와 에어건이 하나로 합쳐진 머신이 있는데, 이건 뭐 어디가든 있는 거라 딱히 특별할 것은 없다. 500원에 2분이던가. 2분 30초던가 했던 것 같다.
왼쪽 편에는 매트세척건조기와 빨래를 하는 계수대, 그리고 짤순이 까지 있을 건 다있다.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저 계수대다.
달랑 두 칸 이지만 단단하게 돌로된 빨래판과 세숫대야가 있고 온수도 뜨끈한 물로 아주 잘 나온다. 차량 내/외부를 닦고나면 지저분해지고마는 수건을 깨끗하게 빨수 있어서 좋았다.
쓰레기 버리는 곳과 자판기까지- 거듭 말하지만 아담해도 있을 건 다있더라. 요즘 많이 생겨나는 세련된 세차장들 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관리가 참 깔끔하게 잘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정말 더러운 떼가 꼬질꼬질하게 꼈던 차가 말끔해졌다. 그래도 꽤 오랜시간 함께했던 녀석인데 이제 함께 할 날이 며칠 안남았다 생각하니 좀 아쉬운 마음도 든다. 차에 돈쓰기 싫어서 싼 맛에 샀다가 이렇게 오래 탈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가장 힘들던 순간에도 행복했던 순간에도 늘 저녀석이 함께였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고마운 마음으로 깨끗하게 닦아주었으니 좋은 주인 만날 수 있도록 잘 보내주어야지-.
그리고, 여기 배곧 푸른 셀프 세차장은 차를 바꾸고 나서는 한달에 한번 쯤은 찾아와야겠다.
간만의 세차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