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인턴, 신입. 보통 이들을 주니어라고 부른다. 적어도 이 업계에선. 주니어급의 자원들인데 난 요즘 내가 함께 일하는 주니어들에게 참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그 아이러니함은 크게 2가지 인데, 그 차이점은 나와 같은 라인에 서있는 업계의 선배들과 이들이 극명하게 구분되는 습성(?)같은 것이기도 하다.
첫번째로, 스펙은 화려하나 일은 못한다.
그냥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 못한다. 입사한지 1년이 지나도록 아이디어 하나를 쓸만한걸 내지 못하고, 문서 장표 하나를 제대로 쓰질 못한다. 알려주지 않은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기존 진행했던 사례 중 유사 사례의 예시를 보여주고, 문서를 제공해주며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를 하나하나 찝어주고 설명해서 문서쓰는 방법을 알려줘도 늘지가 않는다. 조금 지나서 다시 문서업무를 지시하면 또 그 모든 것을 알려주기 이전과 같은 결과와 피드백으르 하게 된다.
왜그런지 모르겠는데, 스펙들은 정말 화려하다. 요즘 지원하는 신입들의 이력서를 받아보면 '4년제 대학 + 해외 유학 1~2년, 공모전 수상실적, 외부 전문 교육기관 교육 수료, 자격증'은 기본 패키지로 딸려 들어온다. 우리때는 상상도 못했던 스펙들이다. 거기에 보기좋게 포장된 포트폴리오는 덤이다. 참 예쁘게도 꾸며서 가지고 온다. 그런데, 이렇게 보기좋게 잘 포장된 친구들이 막상 채용을 해서 실무에 투입되면 그 화려했던 스펙들은 대체 언제 보여주려고 하는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처음 몇달간은 낯선 일이니까,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이해하고 배려한다지만, 기본적인 교육이 끝나고 나서도 이들에게 성장을 찾아보긴 어렵다. 대부분 '숟갈에 밥을 얹혀 입으로 갖다줘도' 못 받아먹는 형국이다. 정말 손이 많이간다. 스펙과 실무의 능력이 반비례하는 현상인 것이다.
두번째로, 마인드 셋업이 되지않았다.
일을 대하는 태도들이 참 가관이다. 자신의 선에서 일을 마무리짓겠다는 생각보다는 윗선에서 책임을 지니 자신은 이만큼만 하면 된다는 '스스로의 가이드'를 쳐놓고 정말 대충대충일을 한다. 아이디어를 내거나 문서 작업을 할때 특히나 그런 현상이 극명한데 정말 대충대충이다. 그리고 '어차피 이정도하면 팀장님이 정리할테니까.'라는 생각이 보이기도 할뿐더러 실제로 그렇게 말을 하는 주니어들도 접해보니 참 이 아이들은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과 어떤 비전으로 회사생활을 하는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여기서 차이가 명확히 드러났는데, 개개인들의 업에 대한 비전이나 꿈이 정말 없더라. 1도. 아니, 0도. 그냥 이렇게 회사 몇년 다니다가 광고주로 가고 싶어요. 라거나 종합광고대행사 가고싶어요.라거나. 즉, '곳'에 대한 열망만 있을 뿐 자신의 능력에 대한 비전은 전혀 없는 것이다. 참 하신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하고 그 모든 감정들보다 너무나 답답하더라. 왜 이런 마음으로 일을 할까. 가만히 시키는것만 하며 시간을 보내면 알아서 계급장이 올라가고 그러면 이력서에 '대리, 과장'을 쓸 수 있어서 적당히 포폴 넣을 프로젝트들만 챙겨 더 큰회사를 노리겠다는 저런 마음들이 난 참 개탄스럽다.
이게 어떤 영향일지, 결국엔 우리같은 선배들의 몫도 있음을 부정할 수 없기에 이들을 비난하는 것이 맞는가도 싶었지만 이는
1. 저들 개개인의 얍삽하고 이기주의적인 성향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며,
2. 회사의 시스템과 인력난으로 '경력직이라면 무조건 땡큐'를 하고 본다는 작금의 업계 상황이 종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들을 성장시켜야 하는 과제를 늘 안고 있는 팀장의 입장에선 하루에도 수백번씩 참을 인을 마음에 반복적으로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