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해가 바뀔 때면 그 해의 첫 달에 첫 글을 쓰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졌다. 하는 말들은 뻔하다. 새해가 됐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고, 올해는 글을 좀 꾸준하게 써보려 했는데 벌써 시간을 이렇게나 흘려보냈다는 식의 별다른 의미도 각성도 없는 자기비판 식의 글이다. 그래서 이번엔 그런 얘기를 하지 않으려 한다. 생각해보면, 매 해 이 시기에 글을 쓰지 못할만큼의 이유들은 늘 있었으니까. 광고회사의 연말과 다음 해의 2~3월까지는 한 해의 농사를 위한 씨앗을 뿌리고 심어야 하는 시기. 그래서 여느 때보다 바쁘고 복작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올해의 초엔 그간 미뤄왔던 '쉬는 시간'이 필요했으니 글을 쓰지 못했으나 그만큼 더 알찬 시간들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첫해, 첫달의 첫글이니 올해 내 삶에 대한 몇가지 생각들과 다짐들을 적어본다.
일단, 업무적으로 올해의 시작은 작년보다 좋다. 아예 제로에서 시작했던 작년 한 해는 먹고살 일거리들을 찾아내느라 힘들었던 한해로 기억된다. 매일 매일을 업무에 치였고, 그로인해 가정에 소홀했고, 가정을 챙기지 못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만큼 몸이 많이 망가졌고, 마음이 많이 각박해졌다. 소위 말하는 '현타'가 잦게 찾아왔고, 그 모든 순간들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결국엔 마음을 다잡았음을 고백해야겠다.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하지만 더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러기에 몇 가지 기억해서 지켜나가고, 새로이 정비해야 하는 것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 최우선의 가치는 가족이다
늘 생각하는 것은 이거다. 나의 일도, 그로인해 벌어들이는 적지 않은 수입도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그러한 것들이 가족 이상의 가치를 지닐수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가족의 1순위는 내 가정의 구성원인 '아내'이다. '아내'가 최우선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나의 일로인해 그많은 인내를 감내하고 있는 아내가 내가 열심히 일을하는 이유이자 삶의 목적이다. 자신을 위해 일하라는 말은 결혼 전까지만 해당된다. 결혼 이후 나의 모든 삶의 지표는 아내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 생각은 작년에도 늘 머리로는 하고 있었으나, 실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엔 실천해내고 말겠다. 그 실천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아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며, 많은 대화를 나누고, 당초 목표했던대로 더 좋은 곳에 더 많이 함께 하겠다.
2. 건강을 챙겨야 한다
몸이 많이 망가졌다. 끌어올려야 한다. 다른거 다 차치하고서라도 이제 책임져야 할 사람이있다. 작년에 새벽 퇴근길, 차 안에서 아무런 음악이나 라디오도 틀지 않은 채 운전은 하고 있으나 머리는 복잡했던 날들이 많았다. 그 중 가장 두려움의 감정을 느꼈던 것은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을 때, 혹여나 잘못된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아내는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었다. 나 없이 이 사람을 홀로 남겨둔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아니라 더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났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과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상태는 아니었기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지만 건강을 챙기는 것에 정말 많은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이 일을 선택한 것도, 결혼해 가정을 꾸린 것도, 결국은 행복한 삶을 위한 일이었는데 일로 인해 그러한 꿈이 산산조각 난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건강을 챙기자. 그것이 우선이다.
3. 업무의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작은 회사나, 이전에 다녔던 큰 회사나 업무에 시스템이 안정화되고 정착된 곳은 흔치 않았다. 하지만, 한번의 시스템이 정착되고 나면 어떤 자리에 어떤 사람이 오더라도 일은 알아서 잘 돌아간다. 즉, 올해 최대의 과제는 팀과 회사에서의 나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내가 없어도 문제없이 일이 잘 돌아가는 팀, 광고주나 협력사가 나를 찾기 보다 팀원들을 더 많이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내가 전면에 나서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나대로 그동안 계획해왔던 새로운 비즈니스의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회사가 될 수 있다.
4. 팀원들의 업무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회사가 건강해지고 강해지려면 팀원들의 업무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팀내 조직개편도, 업무 배정도, 그리고 프로젝트 단위로 각 개인들의 투입률도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조정해야 한다. 사실, 이런 말 저런 말보다 반복적으로 계속 업무를 주어주는게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컸고, 내가 해본 방법 외에 더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아직까진 찾지 못했다.
5.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혼전엔 혼자 이곳 저곳을 봇짐하나 매고 돌아다니며 스스로를 정화시켰다. 가장 근래에 해봤던 스트레스 해소 방법중 가장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지금보다 더 각박하게 일을 해야했고 체력적으로도 힘에 부쳤으나, 주말마다 기를 쓰고 나돌아다니며 좋은 곳에서 좋은 것들을 보고 복잡했던 감정들과 생각들을 털어내는 일정은 나에게 크나큰 행복이었다. 무엇이 이렇게 발을 묶어놓았는지 모르겠으나 다시 그러한 방법이 됐건, 혹은 전혀 다른 방법이 됐건 간에 나는 분명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또렷한 정신으로 가정에도, 일에도 더 집중하고 메마른 감정선들을 다시 충분히 적시기 위해서도 나만의 방법을 다시금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절실하게 느낀다.
꼭 필요한 내용들을 적어놓았는데, 이것들을 늘 상기하는 것이 일이다. 또 다시 업무 일정들에 파묻혀 자연스레 잊게되려나. 하지만, 잊어서는 안되는 것들인지라 가급적 자주 이 곳에 들어와 글은 쓰지 않더라도 이 글은 정기적으로 찾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다. 나이를 먹어도 첫해, 첫달, 첫글에 대한 개인적 관례는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모쪼록,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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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 근무자의 새해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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