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광고회사'라고 하면 일종의 편견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편견이라면 '광고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뭔가 일도, 일을 대하는 태도도, 일을 처리하는 방식도, 엄청나게 다를것만 같아! 라는 편견 말이다. 하지만, 의외로 광고회사 신입사원들에게 업무를 주고 해온 업무를 검토할 때마다 빈번하게 느끼는 것은 아이들이 업무를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가 회사에서 하고있는 업무 영역 중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 일 처리의 프로세스는 어떠한지, 프로세스별로 필요한 자료나 양식은 무엇인지, 각 단계별로 어디에 중점을 두고 클라이언트 및 협력사, 혹은 내부의 스탭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는지를 전혀 파악하지 않은 채 눈앞에 닥친 당면 과제만을 해결하려하는 것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는 신입사원 100이면 100 모두 똑같다. 이 경우 문제는 해온 업무를 디렉션 하는 입장에서 발생하는 시간적인 로스가 너무나 크다는 점이다. 디렉팅을 하는 입장에선 그 선에서 처리할 업무들이 산적한데, 이렇게 사원급에서 처리해야할 업무들이 평면적으로 처리되어 돌아올 경우, 특히나 이런 경우가 한 건이 아니라 여러 건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엔 업무 스케쥴이 엄청나게 꼬여버린다. 때문에 나같은 경우 업무를 줄 때 그 아이가 처음 접하는 업무라면 꼭 우리 회사에서 다루는 업무 영역중 어디에 속하는 업무이고, 이러한 업무는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며, 각 업무 프로세스별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과 샘플 등을 함께 전달해준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주력해야하는 클라이언트 및 협력사, 스탭들과의 커뮤니케이션 포인트까지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을 하더라도 한번에 100% 완벽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신입사원은 없다. 방금 들었던 얘기지만 실수를 하고, 설명했던 내용을 다시 물어온다. 이 역시 시간적인 로스가 엄청나다. 그럼에도 단박에 다그칠 수는 없다. 나름 룰을 두는 것은 최소 3번까지는 실수하는 것과 물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피드백을 해준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실수를 상기하고 업무를 이해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바램과는 거리감이 있는 법. 아무리 저렇게 알려주고 3번의 인내를 한다고 한 들 정말 '까만건 글씨고, 하얀건 배경이구나.'라는 1차원적인 감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아이들이 상당하다. 결국 다그치고, 다시 수정을하는 이 반복안에서 아이들은 성장하게 마련이라지만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 아니면 이 다그침을 얼른 벗어나고 싶어 단순히 그 순간 당면한 것만을 쳐내느냐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말해 연차가 쌓일수록 자신들이 해낼 수 있는 역할과 자기 가치에 있어 크나큰 차이를 보이고야 만다. 때문에 광고회사 신입사원들에게 고하건데, 지시받은 업무를 처리할 때 꼭 입체적으로 보시라. 눈 앞에 수치를 채우는 일이주어졌다고 하여 단순히 숫자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이숫자가 왜 채워져야 하는지, 이것이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그래서 단순히 숫자를 채우면 되는 것인지 나아가 문서를 꾸며 주는 것이 나은 것인지 등등을 고민하고 물어보며 일을 처리하는 뜻이다.
요즘 내가 다니고 있는 광고회사는 신입사원들로 북적인다. 모쪼록 이 아이들이 올바르게 커나갔으면 좋겠다. 좋은 것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책임감을 그 어느때보다 막중하게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