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먹은 것

들깨막국수로 극찬받는 속초 남경막국수,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볼까-

by 설마맛있나 2021. 9. 25.
반응형

남경막국수라는 곳에 다녀왔다. 아내가 검색해서 찾은 곳이다. 강원도 쪽을 자주다니다보니 강원도를 대표하는 음식중 하나인 막국수도 즐겨먹게 되었는데 그때문인지 강원도엔 어느지역을가건 막국수 집은 꼭 있는 듯하다. 대부분 맛도 비슷비슷해 딱히 집마다의  분별력이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걔 중에 몇 몇 곳은 나름 개성있는 맛을 자랑한다. 속초 남경막국수도 분명 그 중 하나이다. 

 

 

 

 

내가 좋아했던(?) 외옹치해변 조금 못가서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길가에 2층으로 된 독채 건물을 사용하고 있고, 앞에 너른 주차장도 있다. 

 

 

유명한 맛집답게 웨팅석은 기본. 막국수 가격도 한그릇 9천원씩 하니 썩- 착한편은 아니다. 허나, 요새 어디 면요리들이 싸던가. 한그릇에 만원 훌쩍 넘기는 평양냉면 생각해보면 속초 남경막국수의 가격은 비교적 납득가능한 편.

 

 

자리를 안내받고 기다리면서 비치되어있던 메뉴판에 써있는 이런저런 정보들을 살펴본다. 맛집들의 디테일은 이런 곳에 숨어있기도 하다. 자부심이라면 자부심일까.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한 안내와 - 

 

 

딱히 뭐 대단히 제조과정이 특별하지 않아보이는데 다소 기다려야 한다는 맛집 특유의 친절한 허세와 사이드메뉴 및 추가메뉴 더 팔아먹기 위한 나름의 전략- 한 때 식당을 운영해본 경험으로 보건데 이런 디테일은 실제 매출에 상당히 기여한다.

 

 

메밀이 주재료다보니 메밀에 대한 부심 가득한 멘트도 곁들여 줘야 제 맛-!

 

 

속초 남경막국수의 메뉴다. 역시 들막(들깨막국수)이 메인. 누가온들 저 신기한 메뉴를 맛보지 않고 베길 수 있을까. 어느 음식점이건 메뉴를 보면 그 집의 성향을 알 수 있다. 나는 그래서 메뉴판을 꼼꼼히 분석하는걸 꽤 즐기는 편인데, 속초 남경막국수의 경우 주인장이 상당히 장사머리가 좋은 편이라 본다. 아, 물론 철저히 업주 관점에서 말이다.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볼까.

 

첫째, 가장 잘나가는 들깨막국수를 맨 위로 배치하지 않았다. 이는 기본과 스페셜 모두를 잡으려는 주인장의 전략같다. 이 집 입구에보면 주인장이 꽤나 돈써서 낸 것 같은 기획기사가 있는데 그 기사를 보면 '막국수다운 막국수가 없어 직접 만들었다'는 내용이 퍽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거겠지. 그래서, 막국수의 기본이라하는 물과 비빔은 말 그대로 충분히 자신있다, 기본이 된다 라는 의미. 가장 잘나간다는 들깨막국수를 세번째로 배치한 것은 다른 집들과는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승부수.

 

둘째, 세트 메뉴를 보면 장사머리가 꽤 좋다는게 보인다. 제일 잘나가는 들깨막국수와 다른 막국수와의 세트가 아닌 물, 비빔과 수육을 하나로 묶어놨다. 상식적으로 메인으로 잘 빠지는 메뉴를 세트로 엮어넣는게 매출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이는 하수의 생각이다. 실제 여기서 저 세트메뉴를 먹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2-3인 이상의 구성. 2인이라면 세트로도 충분할테지만 관광객들의 경우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들깨막국수의 맛이 궁금해 하나 더 추가할 수 밖에.  그렇다고 수육을 포기하자니 막국수에 수육을 뺀다? 뭔가 아쉽다는 말이다. 이렇게 계산을 때려보면 2인 단품 2개 18,000+수육소자 18,000원 = 36,000원. 결국 30,000원 짜리 세트로 가는게 이득이라 생각이 들게 되다는 점인데 여기서 웃긴건 단품에 수육으로 계산했던 36,000원에서 6,000원을 괜히 굳힌 기분이 든다는 점. 그럼 어떻게? 그냥 3천원 더 보태서 세트에 들깨막국수도 함 가보자! 맛만 보자! 이리 되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이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높은 확률로 구성이런 선택을 하는 손님들이 많다. 특히 직원들의 세일즈 토크가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겠지. 

 

손님 : 양이 어느정도 되나요?

직원 :  보통 단품은 여자분들 혼자 드셔도 충분히 드셔요.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이런 류 말이다.

 

셋째, 충실하게 사이드를 공략한다. 굳이 수육까지 가긴 부담스러운 손님들을 메밀만두와 감자전으로 붙잡는다. 이 선택지는 부담이 덜해 정말 많은 선택을 받는다. 우리 역시 이 조합으로 갔다. 

 

넷째, 막국수집에서 술을 판다. 대개 이렇게 막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집들은 굳이 주류를 취급하지 않는다. 낮장사가 대부분이고 밤까지 장사를 이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긴 술을 판다. 수육 때문일까. 그래도 좀 억지스럽긴 한데 식당을 해보면 알겠지만 주류를 넣고 안넣고의 매출차이는 하늘과 땅차이다. 다만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만들려면 주류매출이 전체 매출의 2~30%는 잡혀야 하는데, 여기 속초 남경막국수 집에서 그만큼이나 주류 매출이 날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주류를 통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은 꽤나 쏠쏠할터. 

 

결론적으로 뭐 하나라도 더 팔고야말겠다는 집념의 장사 논리가 잘 녹어들었다고 봐야한다. 이건 나쁜게 아니다. 어느 음식점이건 이게 맞고 이래야 먹고사는거니까. 

 

 

주방 또한 전략적이라고 봤다. 대놓고 활짝 오픈시킨 오픈형 주방. 이는 손님들로 하여금 음식의 제조과정과 식재료의 관리 등이 청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신뢰를 준다. 여러 맛집들이 취하는 형태다.

 

 

시덥잡은 분석을 하고있자니 그 궁금했던 속초 남경막국수의 스페셜, 들깨막국수가 나왔다. 비주얼만보면 엄청 시리 고소할 것 같은..마치, 그 들깨칼국수에서 국물을 걷어내 꾸덕한 식감이 나지 않을까 싶은 비주얼이었다. 하지만, 냄새를 맡아보니 바닥에 깔린 것이 이 집만의 특별한 소스 섞인 것 같다. 상당히 고소하면서도 살짝 달큰한 냄새가 올라온다. 

 

 

드디어 시식-! 와, 이건 진짜 새로운 맛이다. 고소한데 달착하다. 그래서 입에 착착 감긴다. 게다가, 메밀 100%로 만든 면이라는데 툭툭 끊어지는 메밀 특유의 식감이 아니다. 굉장히 탱글탱글하며 쫀득하다. 의외의 맛, 의외의 식감. 상당히 재미난 음식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첫 입은 정말 맛있고 신기하지만 이거 의외로 빨리 질리는 맛이다. 나만 그런가 싶어 아내에게 물어보니 아내 역시 마찬가지란다. 끝까지 먹기엔 이미 질려 굳이 더 손이 안간다는 것. 지속성이 떨어진다. 대략 세 젓가락 정도를 먹고나니 그 이상은 이걸 계속 찾지 않게 되고, 다른 메뉴로 눈이 돌아간다. 

 

첫 맛의 중독성은 충분히 공감되지만, 끝 맛은 느끼기도 전에 퇴장하고야마는 속초 남경막국수의 스페셜, 들깨막국수 였다.

 

 

들깨막국수에 질릴 무렵, 함께 시켰던 물 막국수도 먹어본다. 막국수의 기본중의 기본이지만 속초 남경막국수의 물 막국수는 다른 집들의 막국수와는 또 달랐다. 비주얼만 봐도 뭔가 빠진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양념장이 없다. 대개 막국수집에 가 물막국수를 시켜보면 대부분 양념장을 얹혀준다. 막국수라는 녀석 자체가 매콤새콤한 맛이 일품이라 생각해왔는데 속초 남경막국수의 물막국수를 보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물 막국수의 맛은 평양냉면에 가깝다. 슴슴한 육수에 잘 풀어진 메밀면이 부담스럽지 않고 부드럽게 잘 넘길 수 있는 맛이다. 하지만, 오히려 평양냉면에 가까운 이 맛을 보니 인천 경인면옥의 그 맛에는 한참 뒤쳐진다. 막국수 치고는 개성있다 할 수 있겠으나 비슷한 맛의 냉면을 떠오르게 하는 것은 막국수의 패배 아닐까.

 

 

함께 시킨 만두는 전국 어딜가나 똑같은 맛의 그런 만두. 메밀 만두라 하여 특별할 것 없었다. 평창 동네 음식점에서 파는 만두와도 똑같은 맛.

 

그래도 안은 실하다. 

 

 

 

속초 남경막국수는 들깨 칼국수가 대히트를 치며 맛집 반열에 오른 집으로 알고 있다. 직접 먹어본 바, 첫 맛의 신선함은 이루 말할 것 없이 즐거웠지만 특유의 단 맛 때문인지 지속해서 즐기기가 어렵다. 빨리 질리는 맛이다. 그럼에도 가끔씩 생각은 난다. 분명 매력이 있다는 뜻일 테지. 이번 겨울 속초에 또 들르게 된다면 다시금 찾아가 메밀들깨온면을 먹을 예정..

 

여튼, 한번 쯤 가볼만한 집인 것 만큼은 확실하다.

 

반응형

댓글